의료칼럼

난임검사 언제 받아야 할까

작성일 : 2023-07-03 조회 : 1,235
  • 얼마 전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난임치료 환자 수는 약 23만명으로 2018년 대비 4.7% 증가했다. 결혼 및 출산율의 꾸준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난임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결혼과 임신을 위한 나이가 늦어지는 것과 더불어 환경오염에 비교적 약한 정자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0세 이상 난임치료 환자의 수는 2018년 대비 30%가 증가했고 동기간 여성 난임 환자의 증가폭이 2.4%인데 비해 남성 난임은 9.1% 증가했다. 따라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난임 환자의 비중은 높아질 거라고 예상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경우 나이에 따른 가임력의 변화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정자는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 등의 환경오염에 매우 취약해서 여러 가지 환경오염물질이 체내에 축척되었을 경우 정자의 운동성 저하가 오거나 원활한 정자생산에 방해를 받아 정자의 숫자가 줄어들기도 하는 등 남성난임의 원인이 되고,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한 내분비계 이상으로 유발된 정자 감소증 또한 많이 보고 되고 있다. 따라서 환경오염 물질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그만큼 정자의 능력이 감소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유럽의 한 공장 밀집지역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정상 정자를 가진 그룹에서 체내 중금속의 농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된 결과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거나 스트레스에 민감하다면 빠른 시일 내 정자 검사와 함께 적절한 예방활동을 통해서 가임력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 나이에 따른 가임력의 변화가 큰 편이다. 30대와 40대의 임신율은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난소의 노화에 따른 난자의 상태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40대 중 20~30대의 난자를 기증받아 임신을 시도한 경우 30대와 임신율의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를 통해 나이에 따라서 자궁의 상태보다 난자의 상태에 따라서 임신이나 유산율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의학의 발전, 식습관의 변화 등 많은 이유로 신체적 능력이 예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해 40대가 되어도 매우 활동적이며 대부분 건강상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언제든 시도하면 임신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임신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난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30대 후반부터 난소의 기능 저하가 시작되며 정상 난자도 줄어들고 수정 후 세포분열 과정에서 이상 분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유전학적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높아진다. 이런 경우 착상도 잘 일어나지 않아 임신이 잘되지 않고 유산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보면 40대는 90%의 수정란이 유전학적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가능한 시기가 지나면 임신율은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시에서 최근 30~40세 미혼 여성과 부부에게 난자 냉동 시술비용을 지원해 주는 발표는 상당히 고무적인데, 생물학적으로 더 늦기 전에 보관해 두는 것이 하나의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자 냉동을 해두고 경제적 사회적 안정이 이뤄지고 난 후 임신을 시도해도 좋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생물학적 난임 시기 이전에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먼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제도가 확립되어 환경이 개선되고 임신과 출산이 미뤄지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창원한마음병원 난임센터 최은정 교수는 “아직 나이가 젊다고 해서 방심할 순 없다. 대표적으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나 자궁 선근증(정상위치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자궁내막 조직에 의해서 자궁의 크기가 커지는 질환) 혹은 자궁내막증(자궁내막의 선 조직과 기질이 자궁이 아닌 다른 부위의 조직에 부착하여 증식하는 질환) 같은 경우 아주 초기라서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라도 방치되면 금방 난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일찍 진단되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해서 난임까지 가는 것을 막거나 일찍 임신을 시도함으로써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매우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난소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시험관시술을 하더라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난자가 매우 적어 여러 번 시술을 통하여 겨우 임신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빨리 시도할수록 임신율은 높아지는데, 젊은 나이에 비록 난소의 기능은 감소했지만 대부분 난자 상태가 좋은 경우가 많아 임신이 잘 되는 편이다”라고 전한다.

    임신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환자 중에는 좀 더 일찍 왔더라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초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 적절한 치료만으로도 난임이 되는 것을 막거나 비교적 쉬운 시술로 임신이 가능하도록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결혼과 동시에 부부의 가임력을 검사하고 아이를 낳을 시기를 결정해서 어렵지 않게 임신에 이르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경상남도에서 시행하는 신혼부부 난임진단비 지원 사업은 저렴한 금액으로 난임에 대한 기본적인 검사가 가능하니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향후 임신과 출산의 계획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은정 창원한마음병원 난임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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